고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합니다 - 워싱턴을 떠나면서
2009/09/15 13:34

어제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녁에 정신없이 제 잠을 깨우는 핸드폰 소리가 수없이 들렸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가 하고 받아보니 기자들의 전화였습니다. 제가 국정원에 의해 소송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잠결에 무슨 홍두깨였습니다.
저는 지금 워싱턴에 머물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일을 마치고 이쪽으로 날아와 어제는 의회에서 캐리 상원의원이 주관하는 한반도 남북관계의 발전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정부당국이 이렇게 남북관계를 깡그리 망쳐놓는데 민간단체들이라고 가만 앉아 있어냐 하느냐는 백낙청 선생님의 간곡한 요청에 제가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정원이 온갖 기업이나 기관, 시민단체에 돌아다니며 저에 대해 묻고 다니거나 저에 대해 이런 저런 조사를 한 사례는 제 귀에 들려온 것만 해도 수십건입니다. 저나 저가 관계하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가게의 사례야 제가 직접 아는 사례들이고 그 뿐만아니라 수많은 시민단체에 대해 정부예산이 사라지고 기업의 지원을 문제삼고 사람을 바꾸라는 압력이 들어온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옆에서 국정원의 소송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오재식 전 월드비전 회장님은 저에게 자신도 기꺼이 증언을 서 주시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관여하는 사회투자지원재단에 보건복지부가 14억을 주기까지 했다가 다시 뺏아갔다는 것입니다. 백낙청선생님이 관여하던 시민방송 역시 스카이라이프라는 곳에서 돈을 지원해주기로 되어있는데 약속이 임박한 순간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주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은 철회될 수 없다. 이것은 절대로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다"라고 통고했다고 합니다, '독자적'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당장 제 옆에 계시던 두 분의 사례가 그러하거늘 대한민국에 그동안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이렇게 저렇게 헌신하면서 다양하게 활동하던 사람들과 그들의 활동과 역할이 이렇게 탄압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영국리포트>에서 쓴 것처럼 영국 수상 고든 브라운은 number10.gov.uk 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거기에 자신을 향하여 사임하라는 진정(더구나 거기에 8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서명한)을 그대로 버젓이 그 사이트에 남겨놓은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 뿐입니까? 여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시민사회와 함께 하기 위하여 Public Philanthropy Forum을 만들고 백악관에 Office for Social Innovation을 설치하고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하여 매칭자금지원을 하는 Serve America Act라는 법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일입니까?
어떤 형태의 사찰도 우리 법률은 금지하고 있고 그것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그것을 문제삼은 사람을 벌하는 것이 우리가 뽑은 정부의 할일인가요?
그래도 국정원이 저를 상대로 2억원이나 되는 소송을 제기했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 시대 고난받고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
긴 고난의 세월이 기다리는 조국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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